소꿉친구 에이지의 스윗함이 보고싶다 흑흑 장난스러우면서도 걱정도 해주고 누구보다도 아이코의 상태를 먼저 파악한다는 것 자체에서부터 관심과 애정이 가득하다는 거 아닐까???
세이류는 동급생이지만 정말 멋진 아이. 캡틴이라 그런지 아이들을 많이 이해해주려 하고 확실히 어른스럽지만 가끔 그 나이대 모습이 보인다는 게 좋다. 자신의 동료를 가장 믿고 지지해줘서 고맙다고도 느낌.
감독도 동료도 다들 아이코를 믿지만 아이코 자신은 스스로를 못믿음. 열등감이나 허탈감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 같다. 늘 에이지에게 기대왔지만 언제부턴가 에이지는 누구에게 기대는지 의문이 들었고 에이지가 혼자 버텨왔을거라 결론지어서 결국 아이코도 그 누구에게 기대지 않게 될 것 같다. 사실 에이지도 아이코에게 많이 기대온건데 나중에 되어서야 에이지가 더 이상 아이코가 기대지 않는다는걸 눈치채고 더 어리광을 부리지만 모든 걸 아이코 혼자 받아내고있다는 걸 알아채서 말 없이 아이코를 다독여주고 자연스럽게 서로 기대고 받쳐주는 상태가 됐음 좋겠다.
3
축구든 공부든 뭐든간에 애매했다. 그냥 남들보다 조금 잘 하지만 뛰어나진 않았고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축구를 하면서 결국 빛나는 건 천재뿐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사실 이 생각을 에이지가 몰랐으면 좋겠다. 알게되면 분명히 자기자신보다 나를 더 신경써줄텐데... 피해주지말고 그냥 이런 생각은 나만 알고있어야지.
2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을 듣고 교실로 올라가는 도중 에이지의 손에 이끌려 어색하게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4월 중순의 봄바람은 아직 서늘했지만 낮게 뜬 햇빛의 따스함과 핀지 얼마 안 된 벚꽃나무에서 내려주는 향기가 날 얼떨떨하게 만들었다. 에이지는 왜 날 데려가는거지?
"잠깐, 에이지 어디가는거야!"
"아이코"
답지않은 진중한 얼굴에 괜히 답답해졌다. 저런 표정은 잘 안짓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감도 안잡혔다. 설마 내가 잘못한 일이라도 한건가, 실수로 에이지한테 상처를 줬던걸까.
4.
< 3월 28일 >
다음 주면 2학년이다. 벌써 1년이 지나갔다. 아마 이번 해에도 또 축구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그거뿐인데... 사실 요즘엔 축구를 하면서 그렇게 기쁘지도 않다. 연말이 되어서야 게임에 참여할 수 있게 됐지만 부원들 반응이 좋아 보이지도 않았고 친구들만큼 잘할 자신이 없어졌다. 뭘 해도 의욕이 없다. 이 생각을 에이지가 몰랐으면 좋겠다. 알게 되면 분명히 자기 자신보다 나를 더 신경 써줄 텐데 피해 주지 말고 그냥 이런 생각은 나만 알고 있어야지.
3.
세이쇼 학원은 넓기도 넓지만 그만큼 화단이 잔뜩 껴 있어서 언제든지 꽃향기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학기 초여서 그런지 방과 후도 동아리도 없는 하루라 종례가 끝난 후 느긋하게 학원의 정원을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작년보다 꽃이 빨리 폈지? 그러네, 벌써 벚꽃도 다 폈네. 딱히 별 얘기를 하진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4월 초순의 봄바람은 아직 서늘했지만 낮게 뜬 햇볕의 따스함과 활짝 핀 분홍빛 벚나무에서 내려주는 봄 냄새만으로도 나와 에이지를 충분히 감싸고도 남았기에 멈춰서서 가만히 꽃나무를 바라보는 것도 어색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렇게 에이지랑 단둘이서 걷는 것도 오랜만이다. 그동안 생각할 것도 많았고 에이지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기도 했으니.
"아이코."
"에이지?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어."
갑작스레 날 부른 에이지는 답지 않게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의 느슨한 얼굴과는 다른 모습이 언뜻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마음이 편안했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조심스레 눈을 맞춰오는 에이지의 눈엔 오로지 나만 비춰 보였다.
2.
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에이지?
1.
순간 머리가 멍해지면서 앞이 깜깜했다. 대답도 못 하고 시선을 바로잡지 못하는 나를 본 에이지는 당황하며 어깨를 잡았지만 난 그 손마저 뿌리치고는 급하게 달려나갔다. 꽃이고 뭐고 그냥 집이나 갈걸. 에이지의 말 따위 듣지 말걸. 앞도 제대로 못 보고 달리면서 급하게 폐로 들어온 산소는 서늘하긴커녕 시릴 정도로 차가웠고 가빠지는 숨에 머리가 뜨거워졌다.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세이쇼 학원을 빠져나와 쉴 새 없이 달렸다. 심장이 터질 듯이 빨라지고 먼 거기를 달린 다리는 당장이라도 끊어져 넘어질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멈출 순 없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가로수를 가로지르고 골목을 돌아 다리를 건너 익숙한 문짝 앞에 드디어 멈춰 섰고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